아빠와 엄마가 느끼는 육아 스트레스는 서로 다르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과,
매일매일 아이의 일상을 책임진다는 것은,
뭔가 약간 다른 문제로 다가온다.

특히 나 같은 초보에, 일 하는 엄마에게는.

그렇더라도.
신랑이 느끼는 육아에 대한 부담과 내가 느끼는 부담은 서로 다른 것 같다.

그게, 너무 억울하고 짜증나는 때가 너무 많다.

요즘들어 재원군은 밤마다 2-3번씩 울면서 깨어나서 토닥여 줘야 하고,
또 워낙 돌아다니고 이불을 걷어차기 때문에,
울거나 깨어나지 않더라도 2-3번은 일어나서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편히 뉘어줘야 한다.

결론은 적어도 3-4번, 많게는 6-7번까지도 자다 깨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군은 신혼 때도 잠 한 번 자면 웬간해선 안 일어난다.
잠귀가 어두워서 못 깬다기 보다는, -_-
사실 상황은 아는데 절대 깬 척 안하는 거다....

아이가 울 때도 마찬가지다. 미동도 않는다.

하루는 내가 재원이 반찬 준비 하느라 밤 늦도록 부엌에 있는데,
재원이가 자다 울면서 깨어났다.
옆에서 잠자리에 누워있던 김군이 있으니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일단 불에 올린 반찬 뒤적이고 있는데...
아이가 계속 우는 거다. 달래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결국 내가 후다닥 뛰어들어가서 아이를 달래는데,
김군은 눈감고 가만히 누워있다.

분명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내가 어이가 없어서 빽~ 소리를 질렀더니,
'어차피 내가 달래봐야 소용없고, 니가 와야 애가 그칠 거라서...'
그냥 누워있었다는 거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애가 울면 빨딱 일어나서 일단 달래고 봐야 하는게 아닌가?
애가 엄말 찾든 어쩌든 간에...

기본적으로 이런 태도는, '육아는 내게 있어서 옵션' 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본인은 아마 '아이에게 있어 1순위는 엄마고, 자기는 옵션이기 때문'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_-

어쨌든, 아무리 말해도 잘 못 느끼는 것 같은 이런 상황들...

몇 달을, 잠자면서 기본 두세번 깼다 잠들어야 하는 상황을 계속해오고 있는 요즘,
나도 인내심과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너무너무 짜증이 난다.
나는 애가 앵~하면 일어나서 챙기고, 애가 안 울어도 가끔 깨서 애 이불 덮어주고 다시 잠을 청해야 하는 반면에,
아이 아빠라는 사람은 누워서 애가 울든 말든, 자기가 잠이 깼든 안깼든, 그냥 푹 잔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짜증나서 죽겠다.

매일 그런 수면 부족 사태가 지속되니까 몸이 피곤해서 너무 힘들다는 것도
정신적인 짜증을 가중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결국 요 며칠은, 언성도 높이고,
우는 애 안아 달래면서, 옆에서 자고 있는 김군에게 발길질도 했다.
그 순간은 정말 너무너무 미워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이런 얘길 친구에게 했더니, 잘 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풀어라..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 맘이 풀리는 것도,
짜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게 더 괴롭다.

어제는 김군이 빼빼로 데이라고, 나름 위로의 의미로 빼빼로 한통과 포인세티아 화분을 하나 사다놨더라.
반갑고 고맙긴 했지만, 맘이 풀어지지 않는다.
그건 문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잠깐의 위로와 위안이 아니라,
진지하게 육아의 어려움을 나눠 짊어주는 신랑의 실천이다.

그걸, 김군은 모르는 것 같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암튼, 속 상하고, 눈물 난다.
엄마가 뭐길래.

후...

by indie | 2008/11/12 16:30 | 끄적거림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게으름이 at 2008/11/12 17:30
올쏘!!!
설사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열배는 더 한거지.

같이 티비를 보고 있어도
엄마는 단지 티비를 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애기도 맞장쳐줘야하고 혹여 다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아빠는 티비를 볼 뿐인거지.
정작... 그런 아빠가 생각하길 엄마도 단지 티비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게 미치는거지.
Commented by indie at 2008/11/13 10:14
웅웅 내 말이 -_-
아 정말, 그게 자꾸만 남자들은 본능의 차이라고 하는데 -_-
인정 못하겠다는 -_-

신경 쓰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면 맘이 좀 풀릴텐데 말이야.

어제는 내가 김군보고 재원이 옆에서 자라고 했거든,
애 울면 알아서 재우고, 중간 중간 이불도 덮어주라고...


그랬더니 정말 하긴 했어.
하지만 중간에 기저귀 체크 안해서;
쉬야가 넘쳐 옷 젖는 바람에 재원이 새벽 5시 기상 -_-
그래도 일어나서 자기가 먼저 챙기더라고.

그 모습 보니까 좀 맘이 풀려서, 내가 재원이 기저귀 갈아주고,
안아 재웠어.

그냥 그렇게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면 말야, 다 맘 풀리는데.
어차피 아이가 아빠가 안아줘도 엄마 찾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
그럴 땐 결국 내가 아이 챙겨야 하는데 말이야.
그 전에 액션에 불과하더라도 챙기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맘과 몸의 짐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걸 알아야 해, 남자들은.
Commented by thinkpad at 2008/11/12 21:20
어디서 많이 봤던 시추에이션인데 (...퍽푹팍)
Commented by indie at 2008/11/13 10:15
그렇군요!!
저만 그렇게 사는게 아니라는데, 약간의 안도감이 들긴 하지만,
여전히 그것만으로 맘이 풀리지는 않는다니까요~

TP님도 잘 하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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